2026-08-16
목마 안을 먼저 상상한 사람들 — 미코노스 항아리 이야기
스틸: 유니버설 픽쳐스 『오디세이』(2026)
2026년 여름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는 목마를 실물로 지었습니다. 레오 데일리 '패션 히스토리' 시리즈 열세 번째 이야기는 그 목마입니다. 정확히는, 목마 안이 어땠을지를 3천 년 가까이 전에 이미 상상해서 새겨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스크린이 상상한 목마
영화는 목마를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물 구조물로 만들어 세웠습니다. 사람들이 밧줄을 걸어 성문 앞까지 끌고 가는 장면은 세트에서 실제로 촬영된 것입니다. 관객이 가장 많이 되돌려 본 구간은 목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쪽이었습니다. 좁은 목재 공간에 병사들이 겹쳐 앉아 숨을 죽이고, 동료가 다쳐도 소리가 새지 않도록 서로의 입을 막는 장면입니다.
목마 안이 어땠을지는 호메로스도 자세히 적지 않았습니다. 『오디세이아』는 목마에 병사들이 들어갔다는 사실만 전할 뿐, 그 안의 시간은 비워 둡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언제나 듣는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1961년, 우물을 파다
1961년 그리스 미코노스섬에서 우물을 파던 사람들이 커다란 항아리 하나를 깨뜨렸습니다. 기원전 670년경에 만들어진 대형 부조 항아리(relief pithos)였습니다. 지금은 미코노스 고고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유물 번호는 2240입니다.
이 항아리가 중요한 이유는 목 부분에 새겨진 그림 때문입니다. 바퀴가 달린 커다란 목마가 옆모습으로 서 있고, 몸통에는 네모난 창이 줄지어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창마다 병사의 얼굴이 하나씩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트로이 목마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힙니다.
글보다 먼저 새겨진 장면
기원전 670년이라는 연대가 말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문자로 정착된 시기보다 이른, 혹은 거의 같은 무렵입니다. 다시 말해 이 항아리를 만든 사람은 책을 읽고 그린 것이 아닙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를 듣고, 그 노래가 비워 둔 자리를 자기 손으로 채워 넣은 것입니다.
창문이라는 장치가 특히 그렇습니다. 목마에 창이 뚫려 있어야 할 이유는 이야기 어디에도 없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는 사람에게 알려주려면, 안을 보여줘야 합니다. 2,700년 전의 장인이 찾아낸 해법이 창문이었고, 오늘의 영화가 찾아낸 해법은 카메라를 목마 안으로 넣는 것이었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채우려 한 빈자리는 같습니다.
항아리의 나머지 절반
목마는 항아리의 목에만 있습니다. 몸통에는 다른 장면이 이어집니다. 함락된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 — 무장한 병사들과, 방패도 무기도 들지 않은 여자들과 아이들입니다. 만든 사람은 승리의 장면을 고르지 않고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을 골랐습니다.
관이 된 항아리
이 항아리에는 마지막 쓰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발굴 당시 항아리 안에서는 사람의 뼈가 함께 나왔습니다. 만들어진 뒤 어느 시점엔가 매장용 용기로 다시 쓰인 것입니다.
트로이 이야기를 새긴 항아리가 누군가의 관이 되어 땅에 묻혔고, 2,600년 뒤 우물을 파던 삽에 걸려 다시 나왔습니다. 그 사이 이 이야기는 노래에서 문자로, 문자에서 무대로,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매체는 계속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한 지점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 저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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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미코노스 고고학박물관 소장, relief pithos 2240 (기원전 670년경)
- 유물 사진: Wikimedia Commons, 촬영 Zde (CC BY-SA 4.0)
- 영화 스틸: 유니버설 픽쳐스 『오디세이』(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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